저도 제 예민함을 인정합니다.
저는 남편도 저 자신도 인정하는 걱정 인형입니다.
이런 제가 임신, 출산, 육아를 하게 됐으니.. 얼마나 두렵고 불안했는지 모릅니다.
산후 도우미 선정에 있어서도 저의 유난은 각별하여
진짜 저희 지역에 위치한 모든 업체에(보건소에서 주지 않은 리스트 업체까지도)
다 샅샅이 전화해 보고 상담 받아 본 수준이었습니다.
그렇게 유난 끝에 만나게 된 이정남 이모님은
진짜 차분하시고 감정의 고저가 없는 분이셨어요.
조리원 나와서 저는 일주일동안 멘붕 그 자체였습니다.
뭔가.. 나는 엄마가 될 사람이 아니고 나도 보호자가 필요한 연약하고 나약한 존재인데 엄마 역할을
강제로 부여 받은 듯한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쌓였었어요.
호르몬의 장난인지 뭔지.. 신랑한테조차, 너무 저한테 질려 할까봐, 100을 느끼면 참고 참아
80만 말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 입장에서는 100 다 말하는 여느 산모들보다
유난스럽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유일하게 이 얘기를 다 쏟아 낼 수 있었던 이모님이 이정남 이모님이셨던 거 같아요.
집안일도 항상 소담스럽게 잘 해주시고
아이도 제 감정/멘탈 케어까지도 의연하게 잘 해주셨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그럴 때 있다고 다독여 주시고
식사도 정갈하게 잘 차려 주셨어요.
먹고 싶은 거 있냐는 질문에 엽떡을 끌어 앉고 퍼 먹고 싶다며 우는 저를(...) 어르고 달래며
그것 대신 다른 거로 대체해 보자고 달래고 설득하시다가 아주 심심한 떡볶이를 만들어 주시더라고요.
너무 참기만 해도 산모도 케어 대상인데 힘이 든다며 ㅠㅠㅠㅠ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식욕으로만 발현됐는지 그거를 배가 부르다고 느끼면서도 끝끝내 다 먹어 치웠습니다.
그렇게 바우처 기간에 연장까지 만으로 한 달을 채웠고
이후 이모님 없이도 아이를 독박 육아한지 2달이 지났는데 이제야 후기. 칭찬 글 올려 드리네요.
이모님 예민하고 부족한 산모도 한 번을 싫은 소리 없이
잘 도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시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